2014-10-22

KAAA(한국 아마추어 천문협회)


오래전입니다만, 아마 국민학교 6학년쯤인 거 같습니다.
당시 조경철 박사님(아폴로 박사로 불리던 분이죠)이 출연하여 어린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라디오 프로가 있었습니다.

그때 어느 학생이 이런 질문을 했었습니다.
"행성은 눈으로 보이나요? 어떻게 찾나요?"

조경철 박사님은 이 학생의 질문에 이렇게 답하셨죠.
"꼭 망원경이 없어도 눈으로 충분히 행성을 확인할 수 있다. 저녁에 남쪽 하늘에 보이는 붉은 별이 화성이다. 밝고 붉게 빛나서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이런 내용의 답변을 하셨습니다.

저는 이 답변을 듣고 행성을 눈으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밤 이 화성을 찾아보겠다고 장독대에 올라가서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며 화성을 찾아보던 기억이 나는군요. 물론 찾지는 못 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별하늘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막연히 동경만 하던 차에 어느덧 중학생이 되었고 1~200원씩 열심히 용돈을 모아 당시 무려 3만원이나 하던 계룡광학의 70mm 반사망원경을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그 망원경으로 처음 봤던 푸른 하늘에 떠 있던 반달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잡힐 듯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군요...
(정말 충격적이었죠. 달의 분화구가 보인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런데 그 당시 계룡광학의 사장님이 마침 KAAA(한국 아마추어 천문협회)의 총무를 맡고 계셨었는데요. 그 사장님의 권유로 KAAA에 가입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어린 학생이 정기 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사실 드물었습니다만 이해도 못하는 내용을 귀 기울여 들어가며 꿈을 키우던 그 덕성여대 운니동 캠퍼스의 교실이 떠오르는 군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냥 별을 보는걸 좋아할 뿐 열성은 좀 떨어지는 편이라 실력은 늘 제자리입니다만 꿈꾸던 일들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갑자기 찾아낸 옛날 물건이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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