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전과 후의 비교 사진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보정판에 부착된 먼지 입자들에 의해 청소 중 발생하는 렌즈의 손상은 확실히 적겠다 싶더군요. 가격도 생각만큼 사악하지는 않네요. ~~그렇다고 싼 것은 아닙니다…~~
사실 대물렌즈는 웬만큼 오염이 돼도 촬영 결과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곰팡이 발생만 주의하면 거의 청소할 일이 없습니다. 오히려 잘못된 방법으로 청소를 하다가 문제가 커지는 경우가 더 자주 있는 거 같습니다. 정말 심하게 오염되지 않았다면 그냥 두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주의해야 할 곳은 오히려 카메라 센서와 가까운 곳의 렌즈죠. 센서와 가깝기 때문에 오염에 의한 영향이 커서 다룰 때 무척 주의해야 합니다.
이런 청소가 까다로운 부위에 이런 제품을 사용하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흥미롭게도 2016년에 최초로 중력파를 관측한 LIGO(https://www.LIGO.caltech.edu/)에서 정밀 광학 장비의 오염 제거를 위해 전통적인 세척 방법과 First Contact™을 사용한 것을 비교한 자료가 있군요.
처음으로 HOO 합성을 하려고 협대역 필터로 촬영을 하고 보니, 백조자리 1 등성 데네브(Deneb) 주위에 후광(Halo)이 선명하게 나타났습니다. 재밌는 건 H-Alpha 보다 Oiii 필터에서 후광이 더 심하게 나타났는데요. 제조사의 차이인지 아니면 Oiii의 특성인지 알 수 없어서 Facebook에 관련 글을 올리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글을 올린지 얼마 되지 않아 항상 큰 도움을 주고 계신 레인보우아스트로社의 정 차장님께서 샘플 이미지를 올려 주셔서 비교를 해 볼 수 있었습니다.
비교를 위한 첫 번째 이미지는 제가 촬영한 이미지로 독일 Baader社의 H-Alpha 3.5nm 필터로 촬영한 결과물입니다. 우측 상단의 밝은 별이 백조자리 알파(α)성인 1.25등급의 데네브(Deneb)로 그 주위에 후광이 선명하게 발생했습니다.
다음 이미지는 중국 Antlia社의 Oiii 3.5nm 필터로 촬영한 것으로 데네브는 물론 3.7등급인 크시(ξ)성에도 후광이 발생했습니다. 정확하게는 조금이라도 밝은 별 주변에는 모두 생겼네요...
비교를 위해 레인보우의 정 차장님이 보내주신 이미지는 미국 Astrodon社의 H-Alpha와 Oiii 3nm 필터로 촬영한 이미지로 중앙의 밝은 별은 2.23등급의 백조자리 감마(γ)성 사드르(Sadr)입니다. 일단 사용한 필터의 대역폭도 다르고 대상 별의 밝기와 촬영 환경 등 모든 것이 달라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그 유명한 Astrodon 필터로 촬영된 느낌과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입니다.
좌측이 Oiii, 우측이 H-Alpha 필터로 촬영한 이미지로 Astrodon 필터에서도 Oiii에서 후광이 훨씬 더 선명하게 나타남을 알 수 있습니다. (Astrodon 필터도 H-Alpha에서 살짝 후광이 보이는.....)
가격 차이를 생각하면 Baader나 Antlia의 필터도 선방한 거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Oiii 필터가 H-Alpha에 비해 후광이 훨씬 많이 생긴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절대 후광이 안생길 거 같던 Astrodon 필터도 후광이 생긴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제는 마음 편히 새로 도착한 Chroma社의 협대역 필터를 사용할 수 있겠네요. 리뷰만 보고 구매했는데 후광이 생겨버리면 낭패였는데 다들 그렇다는 걸 알았으니 마음이 편하네요. 다 같이 안돼야 된다는 물귀신 정신....
그 흔한 필터 케이스도 주지 않는 시크함. 달랑 종이 봉투에 필터를 담아서 태평양 건너로 보내는 쿨~함. 딱 봐도 미국에서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의 엉성함도 추가해야겠네요...
이제 협대역 필터 세트가 모두 도착했으니 장마가 끝나면 열심히 HOO나 SHO 협대역 촬영을 해봐야겠습니다. 별자리곰님도 새 카메라가 생기셨으니 정보 공유도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너무 좋습니다!!
2020-06-20 01:60(KST) @ Cheorwon-gun, Gangwon-do, South Korea Takahashi FSQ-106ED+645RD, ZWO ASI6200MM, RainbowAstro RST-150H Baader H-Alpha 3.5nm, Antlia Oxygen III 3.5nm Takahashi GT-40(240mm F/6.0), ZWO ASI290MM Mini, ASIAIR Pro Hα: 3x10min, Oiii: 9x10min (gain 0, temp -10℃), DSS 4.2.3, Pixinsight 1.8, Photoshop CC 2020
낮에는 온통 구름이었지만 밤에는 맑을 거라는 예보만 믿고 철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전날 별자리곰님께서도 촬영을 나오실 거라고 연락을 주셔서 늦은 출발이었지만 열심히 달려 관측지에 도착해 보니 예상대로 많은 분들이 촬영을 하고 계셨습니다.
오랜만에 뵙는 별자리곰님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망원경과 촬영에 대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눴고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취미가 밤에 별 보는 취미다 보니 밤에만 뵙게 되지만 같은 취미를 하는 분과의 만남은 항상 유쾌하고 즐겁습니다.
한동안 H-Alpha 필터를 이용한 협대역 촬영만 하는 바람에 흑백 이미지만 얻을 수 있었는데요. 이날은 H-Alpha와 Oxygen III 필터를 이용해서 Bi-Color 이미지를 얻을 계획이었습니다. Oiii 필터로 녹색과 청록색을 얻고, H-Alpha로 적색을 얻어서 합성을 하기 때문에 HOO 합성이라고도 하는데, 처음으로 HOO 합성을 하고 보니 RGB 합성과 공정은 비슷하지만 색감을 맞추기가 만만치 않더군요. 게다가 센서 정렬을 아직 하지 않아서 주변부 변상이 늘어져 위치를 일치시키는 것도 포기해야 했습니다. 다음엔 센서 정렬(Sensor tilt adjustment)부터 해야겠습니다...
촬영에 사용한 협대역 필터는 Hα, Oiii 필터 모두 3.5nm를 사용했습니다. Hα는 독일 Baader 사의 필터로 중저가 필터 중에서는 그래도 쓸만하다는 평을 받는 필터로 저도 1년 가까이 사용을 하면서 만족하며 사용했었습니다. Oxygen III 필터는 중국 Antlia 사의 필터로 생소한 제조사지만 평이 좋아서 구매를 했고 이날 처음 사용을 했습니다.
촬영 시간 계산을 잘못해서 동이 트는 바람에 Hα는 10분 3장 밖에 촬영을 하지 못했지만 ASI6200MM의 감도가 좋아서 꽤 깔끔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Oiii는 10분 9장으로 총 1시간 30분 촬영한 이미지를 합성했지만 Hα 보다 거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촬영에서 처음으로 후광(Halo)이 밝은 별 주위에 생겼는데요. 두 필터 모두 후광이 없다고 광고하는 필터인데 생기고 마는군요. Antlia 사는 중국제이고 처음 듣는 회사라 어차피 처음부터 기대를 크게 안 했지만 아쉽게도 조금이라도 밝은 별 주변에는 모두 후광이 생겼습니다. Baader 사의 Hα 필터는 Antlia 사의 Oiii 필터 보다 좋은 결과를 보였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후광이 1등 성인 데네브(Deneb) 주위에서 생기고 마는군요.
저도 필터 초보라 잘 알지 못하지만 원래 Oiii가 Hα보다 후광이 잘 발생하는 건지 아니면 제조사의 문제인지 궁금하네요. 돈 아저씨(Astrodon)네 필터는 구하기가 힘들어서 Chroma 협대역 필터를 주문해 놨는데 Oiii가 원래 이렇다면 난감하네요...
당장은 비교 자료가 없어서 결론을 내릴 수 없지만 Chroma 필터가 오면 한 번 더 촬영을 해서 비교를 해 볼 생각입니다. 그때도 Oiii에서 후광이 발생하면 포기하고 그냥 사용해야겠죠...
이제 기나긴 장마 기간이 시작됐으니 당분간은 장비 점검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할 거 같습니다. 가을이나 돼야 제대로 된 촬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2020-05-30 0:42(KST) @ Cheorwon-gun, Gangwon-do, South Korea Takahashi FSQ-106ED, ZWO ASI6200MM, RainbowAstro RST-150H Baader H-Alpha 3.5nm Takahashi GT-40(240mm F/6.0), ZWO ASI290MM Mini, ASIAIR Pro 8x15min (gain 0, temp -10℃), DSS 4.2.3, Pixinsight 1.8, Photoshop CC 2020
생긴 건 해파리처럼 생겼는데 왜 초승달 성운이라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NGC 6888 초승달 성운을 한 달여 만에 촬영했습니다. 올해는 정말 흐린 날이 많네요.
2월에 주문하고 코로나-19 때문인지 감감무소식이던 냉각 카메라가 4월 말에 갑자기 도착을 했습니다.
가격에 비하면 참 허접한 패키지... 보온 도시락 케이스 같은 것에 담겨있습니다. 가격과는 동떨어진 제품 퀄리티에 깜짝 놀랐습니다만, 생각보다 냉각도 잘 되고 듣던 대로 역시 모노(Mono)는 감도가 좋더군요.
날이 허락하지 않아 집에서만 몇 장 찍어보고는 봉인해 뒀었는데 드디어 꺼낼 날이 왔습니다.
상현달이 있었지만 어차피 H-Alpha 촬영을 할 거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초저녁에 관측지로 달려갔습니다. 달이 있긴 하지만 새벽에는 질 예정이라 사진 촬영 나온 분들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래도 생각보다는 그렇게 많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말 동상을 배경으로 촬영들을 하시는지 동상 주위에 옹기종기... 바닥에 앉아서들 촬영을 하십니다. 역시 관측 매너를 알리 없는 분들이라 불빛은 크게 신경 안 쓰시는...
무엇보다도 이날은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별자리곰님을 관측지에서 뵙게 되어 정말 반가웠습니다. 온라인에서만 알던 분을 오프라인에서 만나게 되는 게 정말 오랜만이기도 했지만 같은 취미를 가지고 계신 분을 만나니 정말 좋더군요 ^^
앞으로도 관측지에서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ㅎ
ASI6200MM 카메라는 Full frame Mono 냉각 카메라입니다. EOS Ra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그래도 포지션이 겹쳐서 고민을 좀 했습니다만 처음 촬영한 이미지를 보고 나니까 출혈이 컸지만 구매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협대역 촬영에서도 확실히 감도는 EOS Ra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좋았습니다.
이날 처음 사용한 장비가 하나 더 있었는데 ASIAIR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ASIAir Pro입니다.
이런저런 자잘한 업그레이드가 있었지만 ASI6200MM은 ASIAIR Pro에서만 지원을 하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12V를 입력하면 본체에서 전원을 분배할 수 있어서 선 정리가 깔끔해집니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예전 ASIAIR에서는 Plate solve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 Pro 버전을 사용해 보니 Plate Solve가 엄청 빠르고 협대역 필터를 장착한 상태에서도 잘 동작하더군요. (요건 나이스!)
Plate solve가 잘 되니까 극축만 맞추고 AISAIR Pro에서 대상 고른 후에 Goto 하면 알아서 센터에 잡아주니 세상 편하네요. 도입 정밀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던 Star Alignment를 하지 않아도 되니 시간도 단축되고요. 적도의 핸드 컨트롤러는 이제 필요 없겠습니다.
이런 말 하기 싫었지만... 정말 세상 좋아졌습니다 ㅠㅠ
첫 촬영이지만 성능은 제 수준에서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설정을 좀 더 해야 할 거 같습니다. ZWO의 주변기기가 정밀하지 못해서 처짐이 좀 있더군요. 수정을 해야 하는데 아직 주문해둔 주변기기가 다 도착하지 않아서 준비가 완료되면 한 번에 수정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테스트 촬영을 마치고 본 촬영에 들어가고 나니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주위에는 그 새 촬영하는 분들이 더 늘었더군요. 다들 달이 지면서 나타난 은하수 촬영에 몰두하는 거 같았습니다.
다들 바쁜 이 시간에 소쩍새는 정적을 깨며 크게 울고, 여기저기서 개구리가 와글와글 울어대는 시끄럽고 혼란한 지상과 달리 하늘은 고요하게 은하수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더 바랄 게 없더군요. 이 느낌 때문에 촬영을 나오는 거지만 굳이 촬영을 하지 않아도 그냥 멍하니 바라만 봐도 좋은 것이 별밤입니다.
태극기 언덕길 위로도 별이 쏟아집니다. 솔직히 이곳은 좋은 하늘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별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제는 점점 별 볼 수 있는 곳이 사라져 가는 느낌이 듭니다.
카메라 테스트를 하느라 정신이 팔린 사이 어느덧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꼴딱 밤을 새웠네요.
복작대던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혼자 철수 준비를 하면서 맑은 새벽 공기를 깊이 마셔봅니다. 가슴이 시원해집니다.
마지막에 주위를 둘러보며 놓고 가는 게 없나 보던 중 쓰레기를 버리고 간 사람들이 있어서 눈살이 찌푸려지더군요.
열심히 컵라면을 먹더니만 먹은 건 왜 버리고 가는지... 공공장소 사용에 대한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에 항상 놀랍니다. 내가 싫으면 다른 사람도 싫은 건데 왜 그럴 모르는지...
좋은 장소 밤에만 빌려 쓰는 거지만 이런 사람들 때문에 점점 더 사람들의 출입을 막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빌려 쓴 장소에 대한 고마움으로 얼른 쓰레기를 주어다 휴지통에 버렸습니다. 마지막에 가는 사람이 총대 메는 거죠...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제발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질서를 잘 지켜주세요... ㅠㅠ)
이렇게 한 달 만의 출사가 끝났지만 마음은 벌써 그곳에 가 있습니다. 다음 주에도 날씨가 맑았으면 좋겠습니다.
2020-04-29 22:34(KST) @ Gangnam-gu Seoul, South Korea Vixen VMC110L + Sony A7M3 1/100초 x 36장 @ ISO-1600, AutoStakkert! 3, Photoshop CC 2020
정말 오랜만에 달을 촬영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달은 항상 오랜만에 촬영을 하고 있군요...)
늦은 퇴근길에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 한 점 없이 맑았습니다. 하지만 철원은 연휴 내내 구름 예보라 아쉬움이 많네요. 아쉬운 마음에 옥상에서 달을 촬영했습니다. 예전엔 달 촬영도 좋아했었는데 열정이 식었나 봅니다...
화단 옆에 자리를 잡고 경통을 냉각시켰습니다. 시간이 늦어서 벌써 달은 기울기 시작하더군요. 냉각되는 동안 오래간만에 멍 때리는 시간을... 머리 식히기엔 이만한 취미가 없습니다.
경통을 냉각시키고 나니 벌써 밤 10시가 넘었습니다. 달도 기울기 시작해서 촬영을 서둘러야 했습니다. 100여 장을 촬영하여 그중에서 36장을 추려 Autostakkert! 3으로 합성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사용하는 프로그램이지만 버전업이 많이 되지는 않았네요. 그만큼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입니다.
그냥 평범한 달 이미지가 됐습니다만 오랜만의 달 촬영이라 기분은 좋았습니다. ^^
또 만월 근처에 또 촬영을 나갈 수 있으려나 봅니다. 항상 그렇듯이 만월 부근에는 사람들이 없으니 조용히 촬영할 수 있겠죠. 얼른 고정 관측지를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남들은 아무도 안 가는 날에 촬영을 가니 관측지가 조용하고 좋기는 한데 처음 가는 곳이라 살짝 긴장이 되더군요. 전부터 한 번 꼭 들르고 싶었던 곳인데 달 밝은 날이라 그런지 별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마음의 고향 화천 조경철 천문대는 날이 따뜻해지면 일반인들과 별 보는 분들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자리 잡기도 어렵고 복잡해서 정신이 없습니다. 특히 주말에는 더더욱이요. 아쉽지만 날이 다시 추워지는 겨울까지는 다른 관측지를 찾아다녀 볼 생각입니다.
이번에는 그 첫 번째로 철원에 다녀왔습니다.
도착해 보니 생각보다 주위가 좀 밝더군요. 농가도 꽤 있어서 가로등도 많고요. 제1 초소를 지난 상태라 계속 군인들이 순찰을 돌아서 전조등에 눈 뽕 제대로 여러 번 맞았습니다. 그래도 지대가 낮아서 산꼭대기에 비하면 바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월령 11일의 달이 떠 있어서 밤하늘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는 없지만 넓은 주차장에 이날은 저 혼자만 있어서 아주 적막하고 좋았습니다.
나무 뒤에 자리를 잡아서 바람도 좀 막아주고 주위의 광해도 줄여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초저녁부터 자정까지는 M81 보데 은하를 H-Alpha로 촬영할 계획이었습니다. 열심히 장비를 설치하고 있자니 눈부신 ISS가 하늘을 가로지르네요. 오랜만에 촬영을 하려니 장비 설치부터가 시간이 걸립니다. 혼자 끙끙대며 설치 완료.
사진도 대낮처럼 환하게 나왔지만 실제로도 달 때문에 너무 밝아서 사실 촬영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촬영한 M81 H-Alpha는 별로 볼만한 게 없어서 RGB 촬영 때 합치는 것으로 하고 패쓰. 백조자리가 올라오면 주변 성운을 좀 촬영해 볼 생각으로 새벽 2시까지 주위도 둘러보고 일주 촬영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곳이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보니 숙연해지더군요. 이분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제가 이렇게 자유롭게 별도 보고 하는 것이죠. 멀리 언덕 위에 펄럭이는 거대한 태극기를 보며 잠시 묵념을 했습니다.
새벽에 백조자리가 동쪽 언덕 위로 살짝 올라왔지만, 몇 장 찍지도 못했는데 군인들이 와서는 군 작전지역이라고 철수해 달라고 하도 졸라서 새벽 2시에 짐 싸서 돌아왔습니다.
2020-03-08 00:45(KST) @ Hwacheon-gun, Gangwon-do, South Korea Takahashi FSQ-106ED + QE 0.73X, Canon EOS Ra, RainbowAstro RST-150H Baader H-Alpha 3.5nm Takahashi GT-40(240mm F/6.0), ZWO ASI290MM Mini, ASIAIR 16x6min @ ISO-3200, F/3.7, DSS 4.1.1, Photoshop CC 2020
'갈매기 성운'을 촬영한 후 달도 밝고 촬영할 만한 대상이 마땅치 않아서 허큘리스(헤라클레스는 이제 보내주는 것으로...) 자리의 구상성단인 'M13 구상성단'을 H-Alpha 필터를 이용해서 촬영해 봤습니다.
리듀서(Reducer)까지 장착된 상태라 대상이 너무 작게 보여서 중심부만 크롭을 했습니다. 구상성단 주변부 별이 분리되기는 하지만 너무 작아서 볼 게 없네요. H-Alpha 필터를 사용하는 바람에 별의 색도 표현이 되지 않아서 더 밋밋하고요. 메시에 대상을 하나 촬영했다는 것 외에는 딱히 말할 것이 없습니다. 이제는 은하 시즌에 맞는 경통을 하나 들여야 하나 고민입니다.
현재 주력으로 사용하는 촬영 장비 구성입니다만, 광시야 전용 장비라 촬영 대상이 좀 한정적인 것이 단점입니다. 카세그레인 8인치를 들여 볼까 싶었지만 보유 중인 SCT 8인치와 겹쳐서 패쓰~ 가볍고 다루기 쉬운 6인치 RC가 어떨까 싶네요.
앗! 만약 6인치 RC 경통을 들인다면 가이드는 비축(Off-axis) 가이드를 해야 할 텐데 고민이네요. 간신히 지금 가이더에 적응했는데 새로운 구성을 맞추고 다시 적응해야 할 생각을 하니 망설여집니다...
2020-03-07 21:23(KST) @ Hwacheon-gun, Gangwon-do, South Korea Takahashi FSQ-106ED + QE 0.73X, Canon EOS Ra, RainbowAstro RST-150H Baader H-Alpha 3.5nm Takahashi GT-40(240mm F/6.0), ZWO ASI290MM Mini, ASIAIR 34x5min @ ISO-3200, F/3.7, DSS 4.1.1, Photoshop CC 2020
1주일 만에 다시 '갈매기 성운'을 촬영했습니다. 그 사이 월령은 12.8일로 더 안 좋아져서 노출을 3분에서 5분으로 2분 더 늘렸지만, 달이 너무 밝아서 별로 효과가 없었습니다. (결국은 지난번과 차이가 없더라는...)
이제는 초저녁에 바로 촬영을 시작하지 않으면 2시간 이상 촬영하기가 어려운 대상이 됐습니다. 초저녁의 구름이 걷히고 난 후 밤 9시에 부지런히 촬영을 시작했지만 엄청난 달빛과 고도가 낮아서 금방 광해에 묻혀 세부를 얻기가 어렵네요. 아쉽지만 색은 내년에 입혀줘야겠습니다.
이날은 낮에는 온통 구름이었지만 저녁 8시 이후에 갠다는 예보만 믿고 화천 조경철 천문대로 달려갔습니다.
도착해 보니 밝은 달과 함께 하늘의 절반 이상이 구름이었지만 예보대로 서서히 개고 있었습니다. 북쪽은 북극성이 보여서 설정에도 무리가 없었고요. '코로나 19' 때문인지 일반 관람객은 뜸합니다. 달이 밝으니 별보는 사람들도 없겠거니 해서 자리를 남쪽이 보이는 천문대 정문 앞쪽에 잡은 것이 이날 최고의 실수였습니다.
다음(Daum)의 무슨 별보는 카페라고 하던데 천문대 직원이 카페 운영자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직원이 미리 본인 차로 자리도 맡아 놓은 것이었는데 그걸 모르고 제가 그쪽에 자리를 잡은 거죠. 어쩐지 늘 그쪽에 같은 차들이 주차해서는 항상 시끌벅적 하던데 이유가 있었군요. 자세한 내용은 관측지 예절과 관련된 내용이라 따로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달이 어찌나 밝은지 달그림자가 아주 선명하고 낮에 찍은 것처럼 사진이 밝게 나옵니다. 달만 아니면 이날은 아침까지 구름 예보도 없었고 바람이 좀 불었지만 큰 영향이 없을 정도로 시상도 좋았는데 무개념 관측자들 때문에 일찍 촬영을 접었습니다. 다른 건 다 참겠는데 자리에서 피워대는 담배 냄새는 도저히 못 참겠더군요. 안내하고 제지해야 할 천문대 직원이 카페 운영자니 더 기대할 게 없겠다 싶어서 아쉽지만 일찍 짐 싸서 돌아왔습니다.
오리온자리가 지고 전갈자리가 올라오는 것을 보니 진짜 봄이 왔네요. 이제 은하 시즌이라 당분간은 M81만 지겹도록 담던가 광시야 풍경 사진을 찍어야겠습니다. 사건사고가 많아도 이렇게 계절은 어김없이 돌아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