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9

[2019년 11월 29일] 별(星) 볼일 없는 날(1)



오늘처럼 월령 좋은 주말에는 꼭 구름이 끼는 아주 신기한 현상이...

머리 아픈 일도 많고 이른 은퇴를 생각하고 있는 요즘엔 별 보는 것이 유일한 낙입니다. 항상 혼자만 보고 생각하던 별을 요즘엔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분의 글도 읽어보고 열심히 하시는 모습에 자극도 받으면서 더욱 별 보는 게 재밌어졌습니다. 혼자 하면 그냥 즐기고 마는 것이었는데 다른 분이 하시는 걸 보고 배우고 하면서 더 잘해보고 싶은 욕심도 생기네요. 그런데 날씨가...

이번 주에는 최근의 촬영에서 가이드가 신통치 않았던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싶었는데... 뭐... 해결이라고 하기도 뭐하긴 합니다. 원인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게 더 큰 문제!! 두둥...

요즘은 행성을 촬영할 때와 같은 열정이 사실 없었습니다. 연구하고 공부하고 그럴 여유도 없었고요. 하는 일도 정리하려는 와중에 취미까지 머리 아프기 싫어서 너무 대충 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거기다 요즘은 장비들이 좋아져서 많은 부분을 다 알아서 해주니 나이 먹고 거기에 잘 적응 못한 부분도 있죠.

이제부터는 하나씩 정석대로 빼먹지 않고 모두 해 보려고 합니다. 촬영 대상도 좀 미리 선정해서 촬영 계획도 좀 세우고요. 촬영 후에도 대충 처리하던 이미지 프로세싱도 좀 더 신경 써 봐야겠습니다. 사놓고 방치해둔 Pixinsight를 어떤 분이 잘 정리하고 계셔서 그분 덕을 좀...

그래도 당분간은 DSLR을 이용한 촬영은 계속할 생각입니다. 아직까지는 Deep-sky용 카메라를 사용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한 번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늘어날 까 봐서 그게 좀... 시작은 좀 평범하게...

오늘은 날씨도 흐리니 간만에 몬헌월드에서 고룡이나 한 마리 때려잡아야겠습니다.

2019-11-25

[2019년 11월 23일] NGC 1499 - California Nebula


2019-11-23 03:44(KST) @ Hwacheon-gun, Gangwon-do, South Korea 
Takahashi FSQ-85EDP + QE 0.73x, Canon EOS 6D Mark II (modded), RainbowAstro RST-150H
Kowa LM100JC(100mm F/2.8) C-Mount lens, Lacerta MGEN-II 
16x5min @ ISO-1600, F/3.7, Photoshop CC 2020


'그믐달에 날아가 버린 캘리포니아 성운'이라고 하고 싶지만 달의 영향 보다도 대상을 너무 쉽게 생각한 거 같습니다. 생각보다 세부를 살리기 어려운 대상이네요. 거기다 가이드가 흘러서 더더욱 흐릿해져 버렸습니다.

촬영 전에 계획을 잘 세우고 합성까지 미리 고려해서 촬영을 해야 하는데, 최근의 촬영을 보면 계획 없이 즉흥적인 데다 별 보러 간다는 느낌이지 촬영하러 간다는 느낌은 아니라...

이제 눈이 내릴 시기가 다가오는데 그 전에 차분히 한 대상이라도 제대로 촬영을 하도록 해야겠습니다. (혼자 반성중...)



겨울 은하수도 보일 정도로 청명했던 밤. 날씨도 포근하고 바람도 안 불어서 별보기 참 좋았던 밤이었습니다. 여름보다는 겨울이 별 보기에는 더 좋은 계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역시 별은 추울 때 봐야 제맛!

2019-11-24

[2019년 11월 23일] Barnard 33 - Horsehead Nebula

2019-11-23 02:11(KST) @ Hwacheon-gun, Gangwon-do, South Korea 
Takahashi FSQ-85EDP + QE 0.73x, Canon EOS 6D Mark II (modded), RainbowAstro RST-150H
Kowa LM100JC(100mm F/2.8) C-Mount lens, Lacerta MGEN-II 
15x5min @ ISO-1600, F/3.7, Photoshop CC 2020


너무 말머리성운(Barnard 33)만 찍는 거 같군요... 그 와중에 가이드도 실패...

달뜨기 전에 말머리성운의 RGB 이미지를 촬영해서 지난번에 촬영해둔 H-Alpha와 합쳐 HaRGB 이미지를 만들려고 했습니다만, 이번에 촬영한 RGB 이미지의 품질이 너무 말이 아니어서 도저히 합성을 하지 못했습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이번 출사에서는 가이드가 자꾸 흐르는 문제가 제일 컸네요. 이론적으로는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옆에서 지켜보지도 않고 너무 무책임하게 촬영을 한 게 원인이지 싶습니다. (예비 촬영에서 별이 흐른 거를 봤는데도 무시하고 별일 없겠지 했다는...)

이번 출사에서는 캘리포니아 성운(NGC 1499)도 촬영을 했는데요. 그믐달 무시했다가 확 떠 버리는 바람에 합성해봐야 별 볼일 없을 거 같아 시도도 안 했네요. 별로 얻은 거 없이 카메라만 하나 해 먹은 뼈아픈 출사가 되었습니다.

달(月)의 고도와 이미지의 밝기 변화



제목만 보면 뭔가 대단한 내용을 연구한 거 같지만 실상은 간단한 고찰 시리즈.

위 사진은 달(월령 25.6일)이 뜨기 시작할 때 촬영을 시작한 캘리포니아 성운(NGC 1499). 자정이 넘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달이 뜨기 전에 다른 대상을 하나 먼저 촬영하고 달이 뜨면 캘리포니아 성운은 H-Alpha 촬영을 할 생각이었지만, 피곤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면서(카메라 다 내리고 초점도 다시 맞춰야 함. 엄청 귀찮음.) 그믐달이 밝아봐야 얼마나 밝겠냐는 생각으로 일반 촬영을 감행. 결국 달은 얇아도 달이더라는 진리를 깨달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믐달의 달 그림자

달이 뜨기 시작하고 고도가 올라가면서 촬영된 결과물의 배경이 밝아지고 성운이 희미해지는 기적이 눈으로 보이더군요. 너무 당연한 거지만 앞으로는 달의 월령과 관계없이 달이 있을 때는 무조건 H-Alpha 촬영만 할 겁니다.

기왕 망친거 이 밝기 차이를 수치로 비교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보정하지 않은 원본 이미지에서 성운이 차지하는 픽셀이 많은 Red 채널의 밝기(Luminosity) 히스토그램을 확인하였고 그 결과 달의 고도가 약 7도 높아질 때 마다 밝기가 약 8%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말이죠...

[2019년 11월 23일] 광덕산의 북극성 일주



Canon PowerShot G7X Mark III 로 촬영한 광덕산의 북천 일주입니다.

똑딱이 카메라에 일주 사진 기능이 있는 것이 신기해서 촬영을 해봤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화각이 좀 애매해서 지상 풍경을 많이 담지 못해 볼품없는 소용돌이 모양이 됐지만, 구도 좀 잘 잡고 촬영하면 아주 쓸만하겠습니다.

똑딱이가 참 많은 일을 하네요. 이젠 똑딱이라고 무시하면 안되겠습니다. 광량이 부족한 거 말고는 촬영하기도 완전 편합니다. 시간 설정하고 셔터만 누르면 알아서 찍고 합성하고 혼자 다합니다.

이렇게 신기하고 똑똑한 똑딱이 카메라를 말로만 이뻐하던 저는 촬영이 끝나자 마자 바닥에 뽥!!! 놀라서 허둥대다가 발로 한 번 더 콹!!!! 두 번 죽였습니다. 지못미... 다음생에 만나자... ㅜ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

2019-11-23

[2019년 11월 23일] 겨울의 포근했던 밤


오랜만에 맑은 날이 예보되어 많이들 별을 보러 다녀오신 듯 하더군요.

그믐달이 새벽 3시경에 뜰 예정이라 일찍 가고 싶었지만 꼭 이런 날은 잘 되던 일도 문제가 생깁니다. 결국은 일을 마치고 출발을 하니 평소처럼 밤 10시가 넘어서 출발을 하게 됐습니다.

날씨도 그리 춥지 않고 봄 날씨처럼 푸근하기까지 한 날이라 많은 사람들이 천문대를 방문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도착해 보니 텅텅 비어있네요. 다들 다른 곳으로 보러 갔나 싶을 정도로요. 송년회가 많은 시기라 그런가 아니면 추워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조용해서 아주 좋았습니다.

이번에도 특별히 준비 없이 떠난 출사라 '그믐달이 밝아봐야 얼마나 밝겠어' 했지만 역시 달은 달이더라는... 달의 고도가 올라가면서 그림자가 질 정도니... 달이 떠서 고도가 올라가는 사이 촬영한 성운의 밝기가 줄어드는 기적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달이 있는 날은 월령에 관계없이 무조건 H-Alpha 촬영만 할 겁니다.

촬영하는 동안 천문대를 둘러보니 정문 주차장 쪽에 몇 분 계시던데, 모르는 사람하고 대화하는 걸 꺼려하는 성격이라 멀리서 슬쩍 사진 한 장 찍고는 강아지들 간식도 주고 일주 촬영도 하면서 혼자 잘 놀다 돌아왔습니다.

2019-11-14

[2019년 11월 13일] 유행 지난 별 지우기(Star removal)


별을 지운 NGC 7000

StarNet++을 이용해서 유행 다 지난 별 지우기를 해 봤습니다.

위의 북아메리카 성운(NGC 7000)을 보면 뭔가 어색하죠? 별이 몽땅 사라져서 그렇습니다. 원래는 아래의 원본 이미지처럼 수많은 별들이 찍혀 있어야 하죠. (은하수 주변이라 특히 별이 많네요.)



신경망(Neural network)을 이용하여 별을 지운다는 데 자세한 내용은 심심할 때 살펴보기로 하고, 우선 별을 지워봤습니다. 사용법도 간단하고 속도도 빨라서 금방 결과를 만들어 내더군요. 신기했습니다. 이렇게 별을 지운 걸 나는 딱히 어디 쓸데는 없지만, 별이 없으니 성운의 모습이 훨씬 상세히 보이는 거 같네요. (기분 탓 일수도...)

이전에 촬영했던 다른 대상들도 적용해 봤습니다.



말머리성운(Barnard 33) 주변은 꽤 밝은 별이 있는데 정말 깔끔하게 지워줬군요. 거기다 오리온성운(M 42)은 별이 없어지니 인공위성 궤적이 더 선명하게 보이네요. 결과적으로 별이 없어지고 배경과 성운만 남게 되니 안 보이던 것들도 눈에 들어오고 아주 쓸데없지는 않은가 봅니다.

근데... 별이 없어지니까 뭔가 적막한 느낌이...

2019-11-10

[2019년 11월 9일] Barnard 33 : H-Alpha 촬영 드디어 성공!


2019-11-09 02:58(KST) @ Hwacheon-gun, Gangwon-do, South Korea
Takahashi FSQ-85EDP + QE 0.73x, Canon EOS 6D Mark II (modded), RainbowAstro RST-150H
Baader H-Alpha 3.5nm
Kowa LM100JC(100mm F/2.8) C-Mount lens, Lacerta MGEN-II
11x10 min @ ISO-6400, F/3.7, DeepSkyStacker 4.1.1 Photoshop CC 2019



입동(立冬) 날 드디어 속 썩이던 H-Alpha 촬영에 성공했습니다!! 유후~

월령 11일로 달은 밝고 날은 쌀쌀했지만 바람도 적당하고 날씨도 맑아서 촬영하기 아주 좋은 날씨였습니다.

Canon 6D Mark II 카메라의 빛샘 현상은 확실히 라이브 뷰(Live view) 상태에서 촬영하면 생기는 현상이 맞았군요. 일반 상태에서 촬영을 하니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촬영 중간에 대상이 자오선을 넘는 바람에 적도의가 Tracking을 멈췄지만 다행히 일찍  발견해서 몇 장 날리고 무사히 촬영 종료. 하지만 Meridian flip후에 구도를 다시 잡지 않고 촬영하는 바람에 위로 쏠려 버린 이상한 사진이 됐습니다.

이번처럼 적도의가 중간에 Tracking을 멈추는 현상은 제품의 결함이 아니라, 자오선(Meridian)을 넘으면 자동으로 중지되도록 설정이 되어있었네요. 경통과 삼각대의 충돌 방지를 위한 기능인데, 남중(南中)하기 전의 대상을 촬영할 땐 이 기능을 꼭 끄고 촬영해야겠습니다. 10년 넘게 구닥다리 기계식 EM-11 적도의만 사용하다가 똑똑한 적도의를 사용하려니 적응이 안되네요. (새로운 기능을 익히는 게 이제는 쉽지 않습니다. ㅠㅠ)

아침에 돌아와서 잠깐 눈 좀 붙이고 바로 합성을 해 보니 촬영매수가 적어서 거칠긴 하지만 풀 프레임의 시원한 화각에 주변의 풍부한 성운기가 잘 보이는군요. 달이 떠있는데 이렇게 나오는 게 정말 신기하네요.

아래 이미지는 원본 이미지에서 '말머리 성운' 주변만 Crop 한 이미지입니다.


Barnard 33 말머리 성운 Crop

[2019년 11월 9일] 입동(立冬)과 천문대



입동(立冬) 날 별 보러 다녀왔습니다. 벌써 가을이 다 가고 겨울이 왔네요.

역시 별은 추운 겨울의 달 밝은 날 보는 게 제 맛!

날이 추우니 사람이 없군요. 여기저기 플래시 비추고 떠들던 비매너 인간들이 싹 없어지니 이렇게 한가하고 좋은 것을... 추우면 안 올 테니 이제 한 동안은 조용하겠군요.



오리온이 저렇게 높아졌다는 건 정말 겨울이 왔다는 증거... 이제 금방 눈이 내리겠네요.

천문대 이곳저곳을 기웃거려 봐도 사람이 없어 한산합니다. 그래도 천문대 정문 주차장 쪽에는 열정적인 3팀이 열심히 촬영을 하고 계시네요. 저는 천문대 아래쪽 개집 앞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월령 11일의 달이 떠 있었지만 차의 보닛에 별이 비칠 정도로 맑은 날.

달이 밝아서 겨울 은하수는 안 보이지만 생각보다 꽤 많은 별이 보입니다. 무엇보다 이날은 바람이 심하지 않아서 정말 좋았어요. 온도 1.7도에 습도 41%로 생각보다 춥지 않고 쾌적한 날씨가 근래에 방문한 날 중에 최고였습니다. 이제 곧 추워지겠지만요...



달은 서쪽으로 거의 저물어 가지만 아직도 주변은 별이 안 보일 정도로 밝군요. 천문대 동쪽 편에 자리 잡기를 잘한 거 같네요. 달의 영향도 덜 받고. 바람도 막아 주니까요. 항상 경쟁이 제일 치열한 자리죠. 개집 앞이라 강아지도 2마리가 있어서 심심하지도 않습니다. 소시지 하나면 바로 꼬리 치며 반겨주는...



천문대 아래쪽은 불야성이네요. 참 많이 다른 풍경이 이질감을 느끼게 합니다. 별을 볼 수 있는 곳이 국토 전체에서 몇 군데나 될까?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10년 후에는 아예 별을 볼 수 있는 곳이 없어질지도...



북두칠성이 수직으로 섰네요. 왠지 물음표처럼 보이는 것이... 퀘스트를 완료해야만 할 거 같은...

이곳저곳 기웃거리기도 하고 졸기도 하다 보니 해가 뜰 모양입니다. 어스름이 올라오네요. 밤을 꼬박 새도 재밌는 것을 보니 취미는 참 좋은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