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21

RST-150H 적도의 점검과 업그레이드

지난 7월 8일에  RST-150H 적도의 구동 중 RA Encoder Error가 발생했었습니다.



본체 전원을 끊고 다시 입력하는 것만으로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일시적인 인식 오류일 가능성이 높지만 마침 장마철이라 장비를 사용할 일이 없기도 하고 제작사인 RainbowAstro社에서도 다른 이유(?)도 있으니 입고를 권해서 제작사로 점검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요렇게 생긴 알록달록한 예쁜 박스가 하나 도착했습니다. 감성 묻어나는 박스 디자인 좋네요. ^^

박스를 열어보지 않아도 뭐가 들어있는지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박스를 열자 작은 박스 두 개가 들어있었습니다. 적도의와 컨트롤러겠죠? 너무 직관적이라 살짝 당황스럽기까지...

RainbowAstro社에서 이번에 새로 출시한 RST-135 박스에 담아서 제 적도의를 보내주셨더군요.



핸드 컨트롤러의 기능이 업그레이드됐습니다. 본체에 있던 GPS 수신기가 핸드 컨트롤러로 이동했네요. 덕분에 수신율이 높아질 거라고 합니다만 이전에도 GPS의 수신율에는 딱히 불만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기능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컨트롤러에 붙어있는 "WiFi / GPS"라는 문구... 저 문구가 가슴 떨리게 하는군요!!!



그리고 하나 더 엄청난 선물이!!

영하 30도에서도 탄성을 유지한다는 실리콘으로 제작된 케이블이 동봉되어있었습니다! 이런 세심한 부분이 감동으로 다가오죠... 실제로 만져보면 정말 아주 부들부들합니다.  정말 겨울에도 문제없겠습니다!

그럼 본체는????



외형은 변함없지만 메인보드가 교체되었다고 합니다. RST-150의 기계장치에 RST-135의 두뇌가 결합된 이종결합인 것이죠~

왠지 적도의가 더 똑똑해 보입니다. 기분 탓이겠지만요...

새로 발매된 RST-135 적도의를 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기능은 무선 연결을 지원하는 것이었습니다. 무선으로 적도의를 컴퓨터나 스마트 기기와 연결할 수 있다는 건 핸드 컨트롤러의 한계를 넘어서는 기능의 확장과 편리함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제는 RST-150H도 WIFI를 통해 아이폰의 SkySafari와 연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RST-150H가 SkySafari와 무선으로 연동되다니 이건 정말 대박입니다!! 

그동안 사진의 구도를 위해 특정 좌표로 이동을 하려면 핸드 컨트롤러에 일일이 좌표를 입력해야 했지만, 이제는 SkySafari와 같은 플라네타리움(Planetarium) 소프트웨어를 통해 쉽게 구도를 정하고 원하는 위치로 쉽게 이동시킬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제는 다 필요 없습니다. 이 기능 하나면 저는 만족입니다. 

적도의가 일을 하다 보면 가끔 힘드니까 멈출 수도 있고, 오류도 나고 그런 거죠. 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RST-135 모델이 출시되면서 기존 유저들은 버림받은 거 같아 서운했는데, 이런 업그레이드를 통해 동일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준 RainbowAstro社에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2019-07-12

[2019년 7월 8일] 첫 H-Alpha 촬영기 : M8과 M20


2019-07-08 22:35(KST) @ Hwacheon-gun, Gangwon-do, South Korea
Takahashi FSQ-106EDP + QE 0.73x, Canon EOS 6D Mark II (modded), RainbowAstro RST-150H
Baader H-Alpha 7nm
Kowa LM100JC(100mm F/2.8) C-Mount lens, Lacerta MGEN-II
1x98sec @ ISO-1600, F/3.7, Photoshop CC 2019
Temperature : 13.7°C, Humidity : 87.5%, Wind speed : 3.6m/sec


정말 오랜만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일기 예보를 확인해 보니 낮에는 구름이 많지만, 밤에는 맑을 거라는 예보까지!!
위성 사진을 보니 구름이 어마무시한데... 정말 밤에는 갤까 싶기도 하고... 
오후 내내 고민을 했지만 일기 예보를 믿어 보기로 했습니다. 예보가 틀리면 맑은 공기 마신 거에 만족하는 걸로 하고...

평일이라 퇴근 시간에 차가 막히기 전에 살짝 일찍 출발했습니다. 서울을 벗어났는데 벌써 하늘이 파랗게 개고 있네요!


천문대 가기 전 처음이자 마지막 휴게소에 잠깐 들러 저녁을 해결하고 밤에 먹을 식량도 간단히 챙겨서 다시 출발을 합니다. 마지막 휴게소라고는 하지만 여기부터 천문대까지는 1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매번 밤에만 지나던 길을 낮에 보니 경치가 정말 아름답습니다. 밤에는 어떻게든 빨리 도착하려고 정신없이 운전을 했지만 낮에는 경치가 눈에 들어오니 천천히 경치를 즐기며 운전을 하게 되는군요. 

고속도로가 끝나고 47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한참을 달리면 드디어 "백운계곡" 이정표가 나옵니다. 이제 꼬불꼬불 산길을 한 참 올라가야 하죠. 이 산길을 오를 때마다 저는 애니메이션 "이니셜 D"가 생각납니다. 왠지 드리프트라도 해야 할 것만 같은...


드디어 저 위에 천문대가 보입니다!
그런데 파란 하늘보다 구름이 더 늘어난 거 같은 건... 기분 탓이겠죠?


여름이라 7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해가 지지 않았습니다.
밝을 때 보는 주변 경치도 정말 아름답네요... 해가 많이 기울어서 명암도 뚜렷하고...


북녘땅도 보일 정도로 이날은 청명도가 아주 좋았습니다. (멀리 보이는 산이 금강산이 맞을 겁니다. 생각보다 정말 가깝죠?) 
먼저 와 계신 한 분이 열심히 카메라 세팅을 하고 계실 뿐 천문대는 고즈넉합니다. 까마귀 떼가 좀 시끄러울 뿐...
해가 지려면 시간이 꽤 남아서 천문대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습니다.


어랏? "오늘은 휴관일입니다." 라고 안내하고 있네요. 여기 근무하시는 분들은 언제 쉬시나 했더니 월요일이 휴관이군요.


이 와중에 드는 생각이 "화장실은 알아서 잘 해결해야겠군..." 이었습니다. 실제로 큰 볼일이라도 생기면 낭패니까요. ^^;;

어쨌든 화장실이고 뭐고 일단 너무 조용하고 좋군요! 밤에도 이런 고요함이 지속되기를!!

다 둘러봤으니 이제 망원경 설치할 곳을 찾아봤습니다. 이전 방문 때는 바람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한 기억이 나서 천문대 동쪽 편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래도 해가 지기 시작하니까 바람이 강하게 불기 시작하네요.


순간 최대 6m/sec의 바람이 부네요!! 계속 이렇게 불면 오늘도 힘들겠지만, 다행히 바람이 잦아들고 있었습니다.

산꼭대기라 항상 바람이 문제네요. 바람을 막아 줄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오늘은 남쪽에 있는 대상을 촬영할 예정이라 서쪽을 과감히 버리고 천문대를 바람막이 삼아 망원경을 설치했습니다.


망원경 설치도 밝을 때 하니까 금방 하네요. 별이 뜨기 전에 경통 냉각도 되겠습니다. 북극성이 안 보일 때 설치는 또 오랜만이라 휴대폰의 나침판을 이용해서 북쪽으로 대충 맞춰 두고 별이 나오기 전까지 또 어슬렁거렸습니다. 여유롭네요. (이때까지만 해도 그랬죠...)

저녁 8시가 넘으니 해는 서쪽으로 졌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구름이 점점 더 줄어드는 것 같아 내심 더 기대가 됐습니다.

벌써 남쪽에는 목성이 보이네요. 그 주위로 안타레스도 보이고요. 슬슬 별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아직 상현달이 떠 있지만 오늘은 H-Alpha 7nm 필터를 이용한 협대역 촬영을 할 생각이어서 부지런히 적도의의 Alignment를 시작했습니다. 

어랏... 첫 번째 시도에서 실패했습니다. 3 Star를 넘지 못하고... (살짝 불길해지기 시작...)

초기화 하고 다시 시도. 다행히 두 번째 시도에서는 5 Star alignment 성공! 

잠시 목성을 겨눠 봅니다. 음... 십자선 아이피스 밖에 없어서 줄무늬 몇 개와 위성이 보이는 거 말고는 특별할 게 없습니다. 달로 GoTo를 합니다. 헉~ 눈뽕 맞았습니다... 너무 눈이 부시네요... 한 동안 눈 앞에 달이 둥둥 떠다닙니다... 

정렬이 완료되었으니 카메라를 설치하고 H-Alpha 필터도 달았습니다. 이제 초점을 맞추고 촬영을 하면 됩니다. 

초점은 살짝 어두운 별로 맞추는 게 회절상을 보기에 편해서 알비레오(Albireo)로 GoTo를 시작합니다. 위이이잉~ 힘찬 소리와 함께 빠르게 대상으로 이동을 하던 마운트가 갑자기 멈추면서 경고음을 내뱉습니다. 삐~삐~삐~


갑작스런 경고음에 당황해서 컨트롤러를 보니 RA Encoder 에러라고 표시가 되네요. GoTo 중에 RA 축의 Encoder를 제대로 읽지 못했거나 다른 문제가 있는가 봅니다... 

컨트롤러를 뺐다 꽂아도 에러가 없어지지 않는 걸로 봐서는 마운트 본체에서 오류가 발생했나 보네요.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마운트 본체를 껐다 켜는 일 뿐입니다. 만약 그래서 정상으로 돌아오면 다행이고 아니면 철수해야 하는 거죠... 어째 오늘은 일이 잘 풀린다 싶었습니다... ㅠㅠ

(나중에 RST-150H 제작사에 문의해서 안 사실이지만 GoTo 속도가 너무 빠르거나 배터리의 전압이 낮아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당일날 충전해서 나갔기 때문에 별다른 확인을 하지 않았지만 Encoder의 문제인지 의심가는 분들은 컨트롤러에서 꼭 배터리의 전압을 확인해 보세요.)

마운트의 전원을 껐다 켜니 다행히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마운트의 정렬 저장을 하지 않아서 처음부터 다시 정렬을 해야 했습니다...

이미 두 번의 정렬로 밤 9시가 넘은 상태였는데 다시 처음부터 정렬을 하고나니 시간이 꽤 흐른 후였습니다. 

이제 서둘러서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처음 사용해 보는 H-Alpha 필터가 생각보다 정말 어둡더군요. 별의 회절상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ISO를 12800 까지 올리고 40초 노출을 주니 회절상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필터를 사용 안 했으면 몇 분이면 확인할 초점을 30분이나 끙끙거리면서 확인해야 했습니다.


위 이미지를 보면 왼쪽이 필터를 사용하지 않은 별의 회절상입니다. 쉽게 구분이 되기 때문에 초점을 확인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H-Alpha 필터를 사용하면 오른쪽처럼 회절상이 희미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눈을 부릅뜨고 한참을 조절해야 했습니다. 경험이 쌓이면 빨라지겠지만 처음 하는 작업이라 판단하기 쉽지 않더군요...

초점까지 확인했으니 오늘 촬영할 대상인 삼렬 성운(三裂星雲, Trifid Nebula, M20)과 석호 성운(潟湖星雲, Lagoon Nebula, M8)을 한 시야에 담아 구도를 정해야 합니다만 이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하늘은 절반이 구름으로 가려진 상태였습니다. 

한 장도 찍지 못했는데 남쪽도 벌써 구름이 덮기 시작합니다... 

가이드성을 보니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고 있고... 이 상태로 촬영은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어렵게 준비했는데 이대로 철수하긴 아쉬워 좀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잘하면 남쪽이 열릴 거 같기도 했거든요.


그렇게 한참을 기다린 후 은하수와 구름이 한 데 뒤섞여 있었지만 잠깐 촬영이 가능할 정도로 남쪽이 열렸습니다. 

M20을 센터로 GoTo한 후에 구도 확인을 할 틈도 없이 10분 노출의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가이드 성(星)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는데요. 점점 이미지가 작아집니다. 그러더니 사라지네요... 구름이 덮은 후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촬영 종료. 노출을 확인해 보니 딱 98초간 촬영이 됐습니다. 10분은 커녕 2분도 촬영을 못 한 것이죠.

다시 하늘이 열릴까 싶어 한참을 더 기다렸지만 바람 소리만 요란한 것이 희망이 없어 보였습니다. 기대했던 H-Alpha 촬영은 이렇게 짧게 끝났습니다... ㅠㅠ

허망하게 장비를 철수하고 돌아오는 길에 올려다본 하늘은 구름이 걷히고 있더라는... 1시간만 더 기다렸으면....

집에 돌아와서 촬영된 한 장의 이미지를 확인해 보니 98초 촬영이라 딱히 봐줄 만한 사진은 아니지만, 워낙 밝은 대상이라 달이 떠 있는 상황에서도 생각보다는 많은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구름이 몰려오는 다급한 상황에 구도 확인 없이 급하게 촬영한 이미지에서 M8과 M20 부분만 크롭하여 대문 이미지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M21과 다른 대상들도 촬영이 되어 있더군요. 아래는 크롭하지 않은 원본 이미지입니다.


10분이면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었겠지요. 아쉽습니다. 하지만 협대역 촬영의 가능성은 확인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촬영에서는 H-Alpha 7.5nm 필터를 사용했지만 밝은 대상들은 3.5nm 필터를 사용해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촬영을 할 때마다 늘 뭔가 한 가지씩 문제가 생기는 이상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만 이것도 다 이 취미의 일부니까 즐겨야겠죠. 당분간은 리듀서(Reducer)를 사용하지 말고 한 대상을 집중해서 촬영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