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06

Canon EOS 6D Mark II Low pass filter 제거

위 두 장의 이미지는 촬영 환경과 촬영에 사용한 망원경, 노출 시간이 모두 다릅니다. 하지만 이렇게 비교를 한 이유는 촬영에 사용한 카메라는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동일한 카메라로 촬영한 장미성운이지만 왼쪽과 오른쪽의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왼쪽이 오른쪽 보다 성운 전체가 붉게 보이고 조금 더 풍성하게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같은 카메라로 촬영했지만 이렇게 다른 느낌의 결과가 나온 이유는 카메라의 센서 전면에 설치된 "Low pass filter"라 불리는 빛의 투과율을 조절하는 필터를 제거했기 때문입니다. (오른쪽이 제거 전(前)이고 왼쪽이 제거한 후(後)에 촬영한 이미지입니다.)

일반 DSLR 카메라는 피사체의 색을 적절하게 재현하기 위해 가시광선 영역인 "적색" 주변의 빛 투과율을 조절하는 필터를 센서 전면에 설치합니다. 카메라의 센서는 사람의 눈과 달리 근적외선(NIR: Near Infrared) 영역의 빛도 감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적색" 주변의 빛을 그대로 통과시키게 되면 피사체가 더 붉게 나올 수 있어 자연스러운 색을 표현하기 위해 필터로 걸러내는 것이죠. 하지만 천체사진에서는 발광성운(發光星雲)의 대부분이 이 "적색" 주변인 Hα선(656.28nm 파장) 영역에 위치해 있어서 일반 사진을 위해 설치된 필터가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천체사진 촬영을 위해 이 필터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그냥 카메라를 열고 필터를 풀어서 빼면 되는 것이 아니라 꽤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저는 망칠까 봐 전문업체에 의뢰했습니다. (저주받은 손이라...)

이렇게 필터를 제거하게 되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전반적으로 붉은 색감이 강하게 촬영이 됩니다. 너무 붉게 나오기 때문에 일반 사진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을 거 같지만 촬영된 이미지를 포토샵에서 Auto Color 한 번 먹여주면 자연스러운 색감으로 복원됩니다. 일반 사진 촬영도 손이 좀 가지만 가능은 한 거죠. 저의 경우는 카메라의 Custom White Balance를 설정해서 좀 더 자연색에 가깝게 보이도록 설정을 했습니다.

천체 사진의 경우도 촬영된 결과를 보면 필터를 제거한 후(왼쪽)가 훨씬 붉게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붉은 성운이 훨씬 잘 표현되기 때문에 천체사진용으로는 필터를 제거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됩니다.

2019-03-04

[2019년 3월 1일] FSQ-106ED First light

 2019–03–01 22:52(KST) @ Hwacheon-gun, Gangwon-do, South Korea
Takahashi FSQ-106ED + QE 0.73x, Canon EOS 6D Mark II (mod), RainbowAstro RST-150H
Kowa LM100JC(100mm F/2.8) C-Mount lens, MGEN-II
25x3min @ ISO1600, F/3.7, DSS4.1.1, Photoshop CC 2019


오랜만에 촬영을 했습니다. 게으른 탓에 춥고 바람 불면 방콕이라…

12월 초에 촬영을 나갔는데 하필이면 한파 경보. 영하 18도가 되니까 컨트롤러의 액정이 얼어 버리더군요. 고생만 하고 철수한 경험이 있어서 이제 추우면 안 나갈 겁니다. (핑계가 생겨서 좋습니다!!)

겨울에 촬영 못하는 건 다 적도의 때문으로 돌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FSQ-106ED입니다. 남들은 주문하면 1년 걸린다는데 저는 4개월 만에 받았습니다. 제가 이뻐서 그런 건 아니고 구매 대행해 주시는 카페 주인장께서 인덕이 좋으셔서…

거기다 남들은 죄다 수출용인 FSQ-106EDX4를 구매하는데 저만 일본 내수 버젼인 FSQ-106ED를 구매... EDX4에는 카메라 회전 장치인 일명 “캡틴 휠”이 없는 게 싫어서 그런 건 안 비밀입니다.

두 버전의 차이는 파인더 유무와 기본 포함된 어댑터의 차이인데, 금액으로 치면 거의 차이 없고 EDX4에 포함된 어댑터들은 나중에 추가로 구매하면 되지만 저 본체에 달린 카메라 회전 장치(CAA)는 추가 못한다는 사실.


그래서 '혼자 FSQ-106ED를 주문했고, 그래서 남들보다 빨리 받았나?' 라고 혼자 생각해 봅니다.

어쨌든 큼직하니 튼튼해 보입니다. FSQ-85EDP는 작고 가벼워서 다루기가 편했는데 FSQ-106ED는 무게만 7Kg이 나가니 허리가 휘네요. 적도의도 경통이 무거우니 전원을 안넣어 주면 주르륵 흐릅니다.


일찍 출발해서 낮에 도착한 천문대는 뭔가 어색하네요... 항상 밤에만 봐서...



장비 설치하고 어슬렁거리다 보니 드디어 해가 지기 시작합니다. 석양과 함께 천문대에서 틀어주는 클래식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있자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일찍 오니까 이런 경험도 하네요.

해가 지자 기온은 곤두박질치더군요. 영상이 금방 영하로... 땅이 녹아 질척이던 곳이 모두 단단하게 얼어 버렸습니다. 

금방 어둠이 찾아오고 별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바로 Align을 하고 촬영 시작!~


촬영 시작하고 차에서 꼬박꼬박 졸다가 나와보니 오토가이더의 동작이 이상합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적도의가 추적을 전혀 안 하고 있더군요… 원인은 모르겠지만 당장 해결을 하지 못하면 오늘 촬영은 접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적도의 제작사인 Rainbow Astro의 “러기”님께 한밤중에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쿨하게 해결해주시니 어찌나 감사하던지…(국산 제품을 이용하면서 얻는 장점 중 하나죠.) 원인은 모르지만 다행히 전원을 껐다 켜니까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네요. 하지만 2시간 동안 촬영한 결과는 죄다 흘러서 버려야 했습니다…

그래도 그 와중에 오토가이더인 MGEN이 열심히 적경을 돌려서 어떻게든 가이드를 하고 있었더군요. 무심한 주인 만나서 고생이네요…


다시 촬영을 시작했지만 1시간쯤 지나니 이번엔 구름이 몰려오네요. 이렇게 FSQ-106ED의 첫 촬영을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촬영 시간이 짧아서 결과는 그저 그렇습니다만 별상 하나는 땡글 땡글 하니 이쁘네요. 첫 촬영이라 사용해 본 거로 만족해야겠습니다.


이제는 오리온도 저물어 가고… 뭘 찍어야 하려나요… 봄철은 은하 외에는 찍을만한 대상이 없는데요...


2019년 12월 2일 추가 :

적도의가 추적을 하지 않고 멈췄던 문제는 촬영 대상이 자오선을 넘으면서 자동으로 적도의가 추적을 멈추도록 되어 있는 설정 때문이었습니다. 안전을 위해 필요한 기능이고 최신 적도의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여 적도의 추적 오류로 생각했던 것이었습니다.

Takahashi FSQ-106ED

일본에 주문한 지 4개월 만에 FSQ-106ED가 도착했습니다. 보통 주문하면 1년은 걸린다고 했는데 의외로 빨리 받았습니다.

박스에서 꺼내고 느낀 첫 인상은...

헛... 생각보다 많이 큰데...

경통이 짜리몽땅해서 그렇지 무게는 7Kg이나 나갑니다. 크고 무겁네요...
FSQ-106ED의 심볼과도 같은 본체의 카메라 회전장치(일명 캡틴 휠)가 은색으로 반짝거립니다. 이  카메라 회전장치가 없으면 밋밋하죠. 그래서 남들은 다들 미주 버젼인 EDX4를 주문하는데, 저는 카메라 회전장치가 붙은 ED 버젼을 주문했습니다. 두둥! (취존 취존!)
FSQ-85랑 비교하면 더 커 보입니다. 한손으로 들기는 글렀네요...
음?? 꼴랑 드로튜브가 3cm 나오네요... 덩치에 안 맞게 짧군요...

FSQ-85EDP도 그리 짧았었나?? 한 번 재봐야겠습니다.
그래도 5cm는 나오네요... 거 좀 길게 만들어 주지...
그래도 경통이 짧아서 캠코더 가방에 쏙 들어가고 남습니다. 플립미러, 리듀서 등등을 담고도 여유가 있네요.

이제 첫 촬영이 기다려집니다. 미세먼지에 계속 구름 끼고 흐린 날씨가 이어져서 언제쯤 First light을 할 수 있을까요...

2019-03-03

[2019-02-05] 설날 촬영과 DSLR 개조

2019-02-05 01:13(KST) @ Hwacheon-gun, Gangwon-do, South Korea
Takahashi FSQ-85EDP + QE 0.73x, Canon EOS 6D Mark II (mod), RainbowAstro RST-150H
Kowa LM100JC(100mm F/2.8) C-Mount lens, MGEN-II
15x3min @ ISO1600, F/3.9, DSS4.1.1, Photoshop CC 2019

작년 10월 이후로 이렇다 할 촬영을 하지 못했습니다. 평일 촬영은 무리라 주말에만 촬영 하려다 보니 날씨와 월령이 맞지를 않으면 한 달이 그냥 지나가더군요.

12월 초에는 추위에 맞서 촬영을 하러 갔다가 적도의 컨트롤러 액정이 안 나올 정도로 추워서(영하 18도) 촬영도 못 하고 2시간 만에 철수한 것을 제외하고는 관측지에 나온 것 자체가 오랜만이었습니다.

설날에 관측하러 오는 사람이 있겠나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천문대도 문을 닫았고 인기척 없는 천문대는 썰렁했습니다.
그나마 기상 레이더 기지는 근무하는 분들이 계시는 듯...

공공 천문대라 일반인들도 많이 방문하는 곳이라, 항상 주말에는 북적북적하고 자동차 라이트에 플래쉬에 레이져 포인트까지 조용히 촬영하기는 어려운 곳인데 인기척이 없으니 조용하고 너무 좋더군요.

새벽에 구름 예보가 좀 있어서 서둘러서 장비를 설치했습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장비를 설치하려니 시간이 꽤 걸리더군요. 적도의 Align까지 거의 2시간이 걸렸습니다...
게으른 탓에 자주 나오지를 않으니 설치가 느릴 수밖에요... 나오면 이렇게 좋은데 결정하기가 힘든 타입인가 봅니다...

경통은 설치하는 동안 냉각이 됐을 테고 오늘의 목표인 NGC 2237 장미 성운의 촬영을 시작합니다.
벌써 자정이 넘으니 오리온이 서쪽으로 지기 시작합니다. 서둘러서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대상을 촬영하고 싶었지만, 천체사진용으로 개조한 Canon 6D Mk2 카메라로 첫 촬영을 하는 것이라 기존과 비교를 위해 NGC 2237을 다시 촬영하였습니다.

다들 아는 얘기를 한 번 더 하자면...

일반 카메라는 피사체의 색을 적절하게 재현하기 위해 가시광선 영역인 "적색" 주변의 빛 투과율을 억제하기 위해 센서 전면에 전용 필터를 설치합니다. 하지만 천체사진에서는 발광성운(發光星雲)의 대부분이 이 "적색" 주변인 Hα선(656.28nm 파장) 영역에 위치해 있어서 일반 사진을 위해 설치된 필터를 제거하는 것이 유리한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이론이고요. 실제로 필터를 제거하는 작업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참고: 5D Mk2 분해 과정) 저처럼 손재주 없는 사람이 잘못 건드리면 카메라가... A/S도 포기해야 하고요.

그래서 저는 깔끔하게 CentralDS라는 전문 업체에 의뢰했습니다. CentralDS의 이윤 대표는 워낙 이 분야에서는 유명하신 분이라 믿고 맡겼습니다만, 보호필름까지 붙여 가며 세심하게 작업하신 것이 보여서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개조된 카메라가 잘 동작할지 또 촬영된 결과는 이전과 어떻게 다를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촬영을 걸어 놓고 천문대 이곳저곳을 둘러 보지만 인기척 없는 천문대는 고요합니다.
불은 켜져 있는데 문은 잠겨있더군요. 기온은 영하 10도 정도로 12월처럼 춥지는 않았지만 몇 시간 째 밖에 있자니 다리에 한기가 느껴졌습니다.

아무도 없으니 차에서 시동을 걸고 따뜻하게 몸을 녹였습니다. 좋더군요... 사람들이 있으면 소음이나 진동 때문에 시동을 걸기가 좀 그렇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천문대를 통째로 전세 낸 셈이니 편하게 시동 걸고 따뜻한 차에서 몸을 녹였습니다 .

좋은 건 딱 여기까지... 차에서 몸을 녹이고 밖에 나와보니 하늘은 절반이 구름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

아직 몇 장 촬영하지도 못했는데 바람도 거세지고 구름은 점점 더 많아지고... 어쩔 수 없이 철수를 해야 했습니다.

다음날 촬영된 결과를 보니 기존과 다르게 온통 붉은 색입니다.
왼쪽이 필터 개조 전이고 오른쪽이 개조 후에 촬영한 이미지입니다. 눈으로 봐도 확실하게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구름 때문에 많은 수의 이미지를 촬영하지 못해 합성한 결과는 어둡고 형편없지만, 기존에 촬영한 NGC 2237과 비교하면 중앙 부분도 모두 붉게 표현이 되고 있습니다. 정확한 비교는 다음에 다시 촬영을 해 봐야겠지만 성운 기가 더 강하게 표현되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하지만 너무 붉게 나오는 거 같아 모니터에 하얀색 이미지를 띄워놓고 카메라를 밀착해서 촬영한 이미지를 Custom White balance 용으로 설정했더니 약간 붉은 기운이 남아있지만,  일반 사진도 문제없어 보일 정도로 한결 좋아진 느낌입니다.

오리온이 지기 전에 한 번 더 촬영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봄이라 미세먼지도 문제지만 날씨가 좋은 날이 별로 없는 것이 걱정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