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9

[2020년 2월 29일] IC 2177 - Seagull Nebula

2020-02-29 22:18(KST) @ Hwacheon-gun, Gangwon-do, South Korea 
Takahashi FSQ-106ED + QE 0.73X, Canon EOS Ra, RainbowAstro RST-150H
Baader H-Alpha 3.5nm
Takahashi GT-40(240mm F/6.0), ZWO ASI290MM Mini, ASIAIR
20x3min @ ISO-3200, AWB, F/3.7, DSS 4.1.1, Photoshop CC 2020


정말 천만년만의 출사였습니다. 어떻게 주말만 되면 구름이 몰려오는지 신기하기까지 하네요.


초저녁부터 맑다는 예보만 믿고 오후 늦게 조경철 천문대로 달려갔습니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을 거 같았지만 요즘 유행하는 '코로나 19' 때문에 좀 한가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고요. 전날 온 눈이 살짝 신경 쓰였는데 낮까지 '진입금지'였던 상황이 출발 이후에 다행히 '진입 주의'로 바뀌었습니다. 


도착해 보니 주말답게 아래 주차장은 이미 꽉 차 있었고 신기하게도 정문 주차장이 비어있었습니다. 얼른 자리를 잡고 장비를 설치! 오랜만이라 버벅버벅... 이래서 연습이 필요한 건데 가끔 있는 이벤트다 보니 실력이 늘지를 않습니다...


열심히 관측과 촬영 중인 별지기들

스타 얼라인을 하면서 가이드 아이피스로 별을 보니, 세상에!!! 이렇게 완벽한 별상은 정말 오랜만입니다!!!


피커링 척도(Pickering scale)까진 모르겠지만 제 기준으로도 엄청나게 좋은 시상이었습니다. 달이 떠 있는데도 시상이 이렇게 좋다니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이런 날 행성 촬영을 하면 정말 좋았겠다 싶더군요.


환한 달 밤에 열심히 촬영 중

최근에는 ASIAIR를 사용해서 가이드를 했습니다만, 새로 들인 EOS Ra를 ASIAIR가 지원하지 않는 바람에 이날은 다시 M-GEN II 오토 가이더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비냉각 카메라는 디더링(Dithering)이 중요한데 카메라 제어를 ASIAIR가 해주지 않으면 디더링을 할 수 없기 때문이죠. '디더링'이라는 게 별거는 아니고 매 촬영 시마다 정해진 픽셀 범위 안에서 '무작위 위치로 이동(Random Displacement)'을 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동일한 픽셀에 동일한 위치가 촬영되지 않기 때문에 배경의 패턴 노이즈를 많이 줄일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 M-GEN II란 오토 가이더가 초점거리 240mm인 GT-40 가이드 망원경에서 별을 찾지를 못하네요. 이리저리 설정도 바꾸고 해 봤지만 실패... 쓸데없이 시간만 낭비했습니다. 할 수 없이 디더링을 포기하고 ASIAIR로 가이드를 진행했습니다. 바람도 없고 시상이 좋으니까 가이드 그래프가 가운데에 착 붙어서 가더군요. 디더링에 상한 마음을 보상받았습니다. ㅎㅎ


RMS 0.57"는 처음 보는 값이었습니다. 1" 이하로 낮춰보려고 그렇게 노력할 때는 안되더니 시상이 좋으니까 값이 바로 좋아지네요. 가이드 별의 FWHM도 1.52가 나옵니다. 레인보우 아스트로社의 정 선생님 말씀처럼 가이드는 정말 시상에 크게 좌우되네요. 오토가이드는 더 테스트할 것도 없겠습니다. '시상이 좋으면 가이드도 좋다.'입니다...


촬영 결과를 봐도 별이 구석구석 동글동글 한 것이 가이드가 아주 잘 됐습니다. 맨날 길쭉한 별 때문에 마음고생한 것이 허무하네요. 이제 앞으로 바람 불 땐 그냥 눈으로만 별을 보는 것으로...


이날 처음 사용한 EOS Ra도 캐논에 익숙해서 다루기 쉽고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예상대로 EOS 6D Mark II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성능인 거 같습니다. 비냉각은 거기서 거기겠죠. 다만 라이브 뷰 30배 확대 기능은 정말 편리하네요. 라이브로 보면서 초점을 맞추니까 초점 조절도 순식간에 끝났습니다. 액정이 커서 더 보기 쉬운 것도 있었고요.


그 외 다른 차이라고는 필터를 개조한 EOS 6D Mark II는 우측 하단의 별이 항상 늘어졌었습니다. 개조하면서 생긴 문제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Tilt 어댑터를 사용해서 보정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EOS Ra는 구석구석 동글동글한 별 상을 보여줬습니다. (순정과 사제(私製)의 차이일까요?) 


이날 화이트 밸런스를 Auto로 놓고 촬영하는 바람에(ㅠㅠ) 색감을 논할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어차피 H-Alpha 촬영이라 흑백으로 현상하겠지만 색감이나 배경색 등은 다음에 몇 번 더 촬영하고 판단해야 할 거 같습니다. 딱히 더 좋다고 느낀 부분은 많지 않아서 처음 촬영을 해 보고 느낀 것은 이게 다네요.


이날 촬영 대상은 외뿔소자리(Monoceros)의 갈매기 성운(IC 2177)이었습니다. 이전 출사의 테스트 촬영에서 3분 노출로도 꽤 잘 보이길래, 이번에도 3분 노출로 촬영했더니 노출 부족으로 갈매기의 형체가 나오다 말았네요.ㅠㅠ 정면에 달도 떠 있고 3.5nm의 협대역 필터를 사용하는데 동일한 노출을 주다니... 바보도 아니고...


뭐 괜찮습니다~ 부족한 건 더 찍어서 합치는 것으로~ ^^;;; (쿨하게 패쓰!)


자정이 넘으니 구름이 슬슬 몰려오는 것이 지평선 부근은 이미 구름으로 초만원...


더 이상 촬영은 무리여서 구름이 다 덮기 전에 다음에 촬영할 대상의 테스트 촬영을 해 봤습니다. 바로 M81과 M82가 그 주인공!


보데(Bode)와 시가(Cigar) 은하로 불리는 워낙 유명한 대상이죠. 제 장비는 은하용 장비가 아니고 광시야 장비라 작은 은하는 찍어도 별로 볼 게 없겠지만 워낙 밝고 유명한 대상이라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협대역 필터와 리듀서를 제거하고 직초점 상태에서 ISO-12800, 노출 32초로 어떻게 보이나 촬영했더니... 에게게~~ 아이고 귀엽습니다~!! (무보정 원본입니다.)


테스트 촬영이라고 너무 대충 했는지 삼각대를 발로 차는 바람에 위치가 우측 하단으로 밀렸지만 M81, M82라고 충분히 알아볼 정도로 찍혔습니다. M82의 붉은색도 잘 보이는군요! 정말 재밌는 대상이네요. 벌써 다음이 기다려집니다.


갈매기는 이제 너무 고도가 낮아서 올 겨울에 다시 보기로 하고, 당분간은 이 은하 친구들을 촬영해야겠습니다.

2020-02-21

[2020년 2월 21일] 새로운 지름 Canon EOS Ra


뜬금없는 충동구매를 했습니다.

다음 카메라는 '냉각 모노 CMOS 카메라'를 구매할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계획에 없던 새로 발매된 Canon EOS Ra 천체사진 전용 카메라를 불쑥 질렀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필터 개조를 한 EOS 6D Mark II 카메라와 포지션이 겹치는데도 구매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궁금해서요 ^^;;;

단순 호기심이 아니라 일반 카메라의 LPF를 강제로 제거한 카메라와 처음부터 천체 전용으로 설정되어 나온 카메라의 차이가 정말 궁금했습니다. 과거 Nikon에서도 D810A라는 천체 전용 카메라를 발매했었지만 구하기도 힘든 데다 가격도 너무 비싸서 호기심으로 구매하기엔 무리였습니다. 그럴 바엔 정말 냉각 CMOS를 구매하는 것이 100배 옳은 결정이었죠. 하지만 이번에 발매한 캐논의 EOS Ra는 제품명 그대로 EOS R이라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천체용 버전으로 발매한 것이라 니콘 D810A에 비해 가격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고 기존의 캐논 EF 렌즈들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사실 작년 12월 발표 당시만 해도 강력한 구매 의사는 없었는데, 우연히 들어간 캐논 e스토어에서 EOS Ra를 판매하는 것을 본 것이 실수였습니다... 그때 들어가지만 않았더라면... ㅠㅠ

그렇게 계획에 없던 충동구매 후에 하루 만에 박스 하나가 문 앞에 똭!! 취소할 틈을 안주는 캐논...


박스 구성은 EOS R과 동일하다고 하더군요. 저는 EOS R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사용 설명서'도 EOS R 용이 들어 있는 것을 보면 하드웨어적으로는 동일하다는 얘기겠죠.

크기는 소니의 미러리스 카메라인 A7M3와 비교해도 거의 같고 무게는 소니가 살짝 무겁습니다.


소니는 뭔가 이것저것 덕지덕지 붙이는 것을 좋아해서 예전 Vaio 노트북도 불필요한 기능을 가득 넣어 불편하게 하더니, 카메라도 뭔가 복잡하고 정리 안 된 느낌을 줍니다. 특히 메뉴는 정신 사나워서 아직도 적응이 안 됩니다. 반면 EOS Ra는 그냥 심플합니다. 너무 버튼이 없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요. 설정 창이 큼직한 것은 마음에 드는군요.


조작 방법은 기존 EOS 6D Mark II와 살짝 다르지만, 메뉴도 동일하고 일반적인 사용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아 적응 시간도 별로 필요 없겠습니다. 그리고 소니에 비하면 그립감은 엄청 좋습니다. 들고 다니면서 찍는 카메라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립감이 좋으니까 카메라를 잡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사진을 발로 찍어서 액정화면이 제대로 보이지를 않지만... 기본 설정이 영어로 되어있습니다. 시간도 London을 기준으로 되어있네요. 워낙 많이 팔릴 거라 기대를 안 했는지 현지화 따위는 고민도 안 한 거 같습니다. 심지어 시간대 설정에서 서울은 있지도 않다는 거... 도쿄로 설정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한국어는 지원합니다.

카메라 렌즈를 붙여서 테스트 사진만 몇 장 찍어봤습니다만, 생각보다 붉게 보이지 않네요. 필터를 제거한 6D는 온통 붉게 보이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붉은색이 좀 더 강조되는 그런 느낌입니다. 밤하늘을 촬영해 봐야 정확한 차이를 알겠죠. 밤하늘을 촬영하기 위한 카메라니까 비교도 밤하늘로 해야 할 텐데 날씨가 도와주지를 않는군요.


돈값은 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아직 촬영을 해 보지 않아 스냅사진 몇 장 찍어 본 것이 전부지만 필터 개조한 6D Mark II보다 좋아야 얼마나 좋겠나 싶습니다. 몇 가지 편의 기능을 제외하면 성능은 거기서 거기일 거란 것이죠. 그래서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냉각 모노 카메라'가 제대로 된 투자일지 모릅니다. 또, 필터 제거만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처럼 전문적으로 일반 DSLR을 천체 사진용으로 개조해 주는 업체가 있는 환경에서는 어떤 것이 최선의 투자 일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 거 같습니다.

카메라 제조사가 천체 사진용으로 튜닝하여 정식 발매한 카메라라는 의미는 있습니다만, EOS R과 비교해서 라이브 뷰 30배 확대 기능과 H-Alpha 감도가 4배 높다는 것 외에는 차이가 없는 동일한 카메라에 100만 원을 더 투자할 것인지, 20만 원 정도의 개조비를 지불할 것인지는 개인의 결정인 거 같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단순 비교는 맞지 않겠지만 어디까지나 선택은 자유고 막연한 동경은 금물입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뜬금없는 충동구매였지만 저는 만족합니다.(데헷~)  개조한 카메라가 하나 더 있었으면 했는데 디자인이나 기능이나 마음에 쏙 듭니다. 이제는 필드에서 촬영하는 일만 남았네요.

마지막으로 다른 건 모르겠고 EOS 6D Mark II와 동일한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드네요. 추가로 배터리 안 사도 되겠습니다. 나이스!

2020-02-08

[2020년 2월 6일] 도심에서 촬영한 M42 - 오리온 대성운

2020-02-06 00:30(KST) @ Yeoksam-dong, Seoul, South Korea 
Takahashi FSQ-85EDP + QE 0.73x, Canon EOS 6D Mark II (modded), RainbowAstro RST-150H
Baader H-Alpha 3.5nm
Takahashi GT-40(240mm F/6.0), ZWO ASI290MM Mini, ASIAIR
10x30sec @ ISO-1600, F/3.9, DSS 4.1.1, Photoshop CC 2020

오토가이드 테스트를 하면서 촬영했던 M42입니다. 30초 노출로 총 10장을 합성했으니까 전체 노출 시간은 5분입니다.

워낙 밝은 대상이라 5분이라도 하늘이 좋다면 세부가 꽤 잘 나왔을 텐데, 밝은 도심 한 복판에서는 이 정도가 한계인가 봅니다. 그래도 달이 없다면 좀 더 세부를 볼 수 있을 거 같다는 기대감이 생기는 결과였습니다.

다음에 날이 아주 좋은 평일날 다시 한 번 더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2020년 2월 6일] 서울 도심에서 가이드 테스트

봄 날씨 같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덩달아 하늘도 맑아졌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청명한 겨울 하늘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맑은 하늘이 금요일에는 구름으로 덮인다는 거... 오랜만에 보는 맑은 날을 그냥 보낼 수가 없어서 당장이라도 조경철 천문대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평일에 가자니 다음날이 걱정이고, 하루 휴가 내고 다녀오자니 쓸데없이 바쁜 일들이 줄 줄이라 파란 하늘만 올려다볼 뿐이었습니다. 새로 들인 가이드 망원경을 붙여서 다양하게 설정을 바꿔가며 동그란 별상이 나오는 최적의 값을 찾아보고 싶은데 항상 시간이 문제네요. 왜 꼭 주말에는 구름이 끼는 건지... 하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가이드 테스트만 할 거면 굳이 멀리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싶더군요. 서울에서도 H-Alpha 필터를 쓰면 가이드 테스트 정도는 할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혼자 끙끙거리며 고민한 끝에 날도 춥고 달도 떠 있었지만 이런 날을 그냥 보낼 수 없어서 결국 장비를 챙겨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월령 10일의 달도 떠 있었지만 옥상의 조명도 환한 데다 주변 빌딩들의 불빛까지... 정말 최악의 관측장소였습니다.
이런 상태로 테스트를 할 수 있을까 싶은 와중에 오리온자리의 중요한 별들은 모두 잘 보였습니다. 날씨가 정말 좋았던가 봅니다.

기가 막히게도 북극성이 건너편 건물 바로 위로 보여서 극축 설정도 할 수 있었습니다. Pole Master도 잘 동작해서 한 번에 극축 설정도 끝내고 좋았는데 하필 마운트의 고도 클램프를 꽉 조이지 않는 바람에 경통을 올리면서 그 무게 때문에 덜컥하고 내려앉았습니다. 어째 시작이 문제없이 잘 되더니만...

극축을 다시 설정하려는데 이번엔 노트북이 그냥 꺼져버립니다. 이런 애플... 날씨만 추우면 배터리 광탈...

장비는 다 펴놨는데 누가 집어갈까 봐 두고 내려갔다 올 수도 없고... 고민하다가 극축은 그냥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달이 밝아서 가이드 망원경으로 가이드할 별이 보일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이라 서둘러 가이드 망원경을 설치하고 ASIAIR와 연결을 했습니다.


옥상의 조명만이라도 좀 껐으면 좋겠는데 스위치가 어디 있는지 옥상을 다 뒤져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주위가 너무 밝았지만 요행을 바라며 가이드 카메라를 0.5초 노출로 설정하고 촬영을 해봤습니다.

오호~ 생각보다 별이 잘 보이네요! 정말 요즘 카메라들 감도가 참 좋습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별이 보이고 설정까지 할 수 있다니...


외국 RST-135 포럼을 보니까 '하모닉 드라이브'를 사용한 마운트는 오토 가이더 설정에서 RA, DEC 모두 Aggressiveness를 80% 이상으로 설정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었습니다. MnMo(Minimum Move) 설정도 중요하지만 ASIAIR에서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아쉽지만 설정을 할 수는 없고요.

M-GEN의 경우도 가이드 카메라의 노출이 1초일 경우 Aggressiveness 값을 70~100% 사이에서 설정하라고 권장하고 있어서 그동안 ASIAIR도 80% 정도로 설정하고 사용하였습니다. 하지만 별이 예쁜 동그라미로 촬영되지 않고 길쭉한 타원형으로 촬영이 돼서 머리가 아팠던 거죠.

이 설정값들을 바꿔가며 테스트해서 동그란 별이 촬영되는 값을 찾는 것이 이날 테스트의 목적이었습니다. 그 전에 정말 촬영이 되나 확인을 해야 하니 M42 오리온 대성운을 30초로 한 장 촬영해 봤습니다.


엄청난 노이즈와 함께 오리온 대성운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30초로도 형태를 알아볼 정도는 찍히는군요. H-Alpha의 세계는 정말 신기합니다. 서울 한복판의 빌딩 숲 사이에서 밝은 달이 있는데도 이 정도로 나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경이롭네요. 달만 없으면 H-Alpha는 서울에서 찍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유혹이...

시험 촬영을 해 보니 오리온 대성운 주위는 볼 만한 별이 별로 없더군요. 이 상태로는 테스트할 수가 없어서 베텔게우스(Betelgeuse)로 대상을 바꿔 테스트했습니다.

3분 노출로 베텔게우스를 촬영하면서 RMS Total이 가장 낮게 나오는 설정을 찾으려고 값을 계속 바꿔봤습니다. 여러 장 촬영하면서 확인해 보니 DEC 60%, RA 80%에서 평균적으로 값이 가장 괜찮더군요.


노출 시간과 값을 이리저리 바꿔봐도 1" 이하로 값이 내려가지는 않았습니다. 이날의 하늘에서는 이 값이 한계인 것 같았지만 어떻게든 더 값을 낮추고 싶어 궁리를 하던 중 불현듯 떠오르는 격언이 있었습니다.

'가이드 그래프에 집착하지 마라.'

맞습니다. 가이드 그래프는 현재 상태를 보여줄 뿐 절대값이 아닌데 저도 모르게 숫자에 목숨을 걸고 있더군요. RMS는 추적환경과 시상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데, 이날 가이드 성(星)의 FWHM은 4~8까지 요동칠 정도로 시상이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촬영된 결과를 꼼꼼히 확인했습니다. RMS가 높더라도 별만 동그랗게 나오면 되는 거니까요.

Betelgeuse
2020-02-06 00:45(KST) @ Yeoksam-dong, Seoul, South Korea 
Takahashi FSQ-85EDP + QE 0.73x, Canon EOS 6D Mark II (modded), RainbowAstro RST-150H
Baader H-Alpha 3.5nm
Takahashi GT-40(240mm F/6.0), ZWO ASI290MM Mini, ASIAIR
6x3min @ ISO-1600, F/3.9, DSS 4.1.1, Photoshop CC 2020

별을 H-Alpha로 촬영해서 정말 볼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다행히 타원이 아니라 동그란 원으로 촬영되었습니다. 하지만 중심과 달리 주변은 타원으로 촬영이 됐는데요. 극축을 다시 잘 맞추고 테스트 촬영을 해봐야 극축에 의한 Field rotation인지 Back focus가 맞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결국 완벽한 설정값을 찾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항상 고정된 설정값을 사용했던 것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초점을 맞추기 위해 테스트 샷을 찍는 것 처럼 가이드 결과를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 샷도 충분히 찍어야 하겠습니다. 관측지에 도착하면 항상 시간에 쫒겨서 대충하던 부분을 좀 더 신경써야 좋은 결과가 나오겠네요.

정말 별 사진은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