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정들었던 논현동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먹을만한 음식점 하나 없는 동네지만 그래도 정이 들었는데 떠나려니 조금... 아주 쪼금 서운하네요.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새로 옮기는 곳은 건물의 진동이 심해 옥상에서의 관측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사용하던 논현동 건물의 옥상은 높은 펜스가 둘러져있어 주변의 잡광(雜光)도 막아주고 바람도 어느 정도 막아주어 관측하기엔 정말 좋은 장소였습니다.
서울에서, 그것도 강남에서 이 정도 관측 장소는 찾기 힘들겠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집도 5분 거리라 휴일에도 언제든 편하게 행성을 촬영할 수 있었는데 정말 아쉽습니다
무거운 장비를 싣고 관측지로 이동해서 관측을 할 정도의 체력은 안되니 자연스레 관측과 촬영 횟수가 줄어들 것이라 생각되어 보유한 장비를 모두 처분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건물 옥상의 창고에 망원경을 보관하고 밤에 와서 별을 좀 봐도 괜찮을지 건물 관리소장님께 슬쩍 부탁을 드려봤습니다. 그랬더니 흔쾌히 그러라고 하시네요!!! 이런 감사할 데가...
역시 사람은 평소에 잘 해야 하나 봅니다...
말 나온 김에 창고를 살펴보니 철문으로 닫혀있어서 도난의 우려는 없겠지만 여름에는 습기가 장난이 아니겠더군요. 지금처럼 알루미늄 케이스로 보관하기는 어렵겠습니다.
대신 창고 외부와 내부의 온도 차이가 크지 않아 경통의 냉각 시간은 많이 줄 거 같네요.
일단 보관 장소는 생겼으니 망원경과 적도의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케이스를 구매하기로 하고 검색을 좀 해봤습니다.
가장 중요한 습기를 차단할 수 있는 방수 기능이 있는 케이스를 찾아보니 선택할 수 있는 케이스는 펠리컨 케이스 한 가지뿐이었습니다. 비슷한 기능을 하는 지노 케이스도 찾아봤지만 원하는 크기의 케이스를 찾지 못 했습니다.
적도의 케이스는 중형 적도의를 수납할 수 있도록 iM2720 케이스로 구매했고, 경통을 수납할 케이스는 향후 C11로 업그레이드를 해도 수납이 가능하도록 가장 큰 iM2975 케이스를 선택했습니다. 두 케이스 모두 Storm 모델로 캐리어 처럼 손잡이와 바퀴가 달린 모델로 선택했습니다. 케이스 무게도 만만치 않아서 들다가 허리라도 다칠까 걱정돼서요 ^^;;
구매를 하자 총알같이 배송이 됐습니다. 첫 인상은 저...정말 크네요...
정말 튼튼하고 무겁습니다. 우려했던 케이스의 밀봉(密封)은 잘 되는 거 같습니다. 수심 5m까지 방수도 되고 방습, 방진이 완벽하다고 선전하니 제조사를 믿어야겠지요.
케이스에 포함된 스펀지도 무게가 상당합니다. 전체 무게가 생각보다 무거워서 살짝 걱정이 되긴 하지만 소중한 장비가 잘 보호된다면 만족해야겠습니다. 옮길 때 조심해야겠어요.
그러고 보니 장비를 매번 옥상까지 옮기느라 힘들어서 경통과 적도의의 업그레이드를 포기했었는데요. 이제 항상 옥상에 장비가 있는 셈이니... 업그레이드를 고민해도 되겠습니다.
2015-10-19
[2015년 10월 16일] 철원 원정과 첫 일주사진
높고 푸른 가을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날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시상(Seeing) 예보도 최고였지만 행성 시즌은 아직 몇 달 더 있어야 하니 아쉽기만 하네요.
행성 촬영 말고는 할 줄아는 게 없어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행성 시즌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게 전부였습니다.
성야(星夜) 사진은 처음이라 노출이나 구도 설정도 쉽지 않더군요. 특히 초점 확인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결국 초점이 맞은 사진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ㅠㅠ)
그래도 은하수와 그 위를 날아가는 백조자리의 모습이 촬영된 게 마냥 신기했습니다만...
백조자리라고 말해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해 선을 그어야 했습니다...
은하수가 보인다는 것에 신이 나서 이번엔 북극성 주변을 20초 간격으로 30분 동안 촬영해서 일주 사진을 찍어 보기로 했습니다.
역시 구도를 잡는 건 어렵더군요. 대충 북극성을 카메라의 뷰 파인더에 넣고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20초마다 찰칵 소리가 나며 촬영이 되는 것을 확인하자 음... 할 게 없네요...
행성 촬영은 계속 모니터를 보며 시상이 좋을 때를 노리거나 초점을 미세하게 조절하거나 촬영된 동영상을 합성하는 등 할 일이 굉장히 많았는데요. 일주 사진은 촬영이 되는 동안 할 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촬영 내내 멍하니 하늘을 보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잔상이 남을 정도의 밝은 유성이 지나갈 땐 탄성이 나왔고요. 이렇게 생각보다 30분은 금방 지나갔습니다.
촬영을 마치고 촬영된 결과를 확인하려는 순간... 헉!!! 렌즈에 이슬이.... 그것도 흠뻑 젖을 정도로 내렸습니다.
추울까 봐 옷은 챙겼지만 이슬에 대한 대비는 전혀 하지를 않았네요. 후배 녀석도 지난번에 괜찮아서 이번에도 괜찮을거라 생각했답니다... 망했습니다... ㅠㅠ
저는 서울에서만 그것도 건물 옥상에서만 촬영을 해서 이슬이나 서리를 만난 적이 없었습니다. 이슬이 이렇게 금방 내리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더 이상 촬영을 할 수도 없어서 렌즈를 닦고 떠오르는 오리온 자리를 한 장 촬영하고 근처에 있다는 노동당사를 둘러보고는 돌아왔습니다.
경험이 없으니 준비도 소홀했고 촬영도 엉망인 철원 원정이었습니다.
별을 본지 30년이 넘었는데 처음 경험했으니 많이 부끄럽네요. 날씨만 맑으면 관측지로 떠나는 별지기 분들이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편하게 보는 데만 익숙해져서 자연과 함께 촬영하는 즐거움을 미처 몰랐던 것도 후회스럽고요.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드는 원정 촬영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촬영된 사진을 보니까 다행히 촬영 후 20분 정도는 이슬의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괜찮은 부분만 추려서 합성을 했습니다.
촬영 시간이 짧아 뭔가 돌다 만 느낌이지만(^^;;) 제게는 생애 첫 일주 사진이라 나름 만족스럽습니다.
촬영은 Canon 600D와 18-55mm 번들렌즈를 사용했습니다만, 역시 번들렌즈는 사용하면 안 되는 물건인가 봅니다. 일주 사진에나 써야겠네요.
이렇게 한 장 찍고 돌아온 황당한 원정이었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행복감은 정말 오래 남을 거 같습니다. 이제 날씨가 좋으면 후배를 꼬셔서 운전을 시켜야겠네요.
시상(Seeing) 예보도 최고였지만 행성 시즌은 아직 몇 달 더 있어야 하니 아쉽기만 하네요.
행성 촬영 말고는 할 줄아는 게 없어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행성 시즌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후배에게서 날씨도 좋은데 철원으로 별빛이나 쐬러 가지 않겠냐는 연락이 왔습니다. 미리 봐둔 관측 장소가 있는데 같이 가자는 거였지요.
무거운 장비를 들고 이동하는 건 내키지 않아 삼각대와 카메라만 들고 따라나섰습니다.
정말 아무 생각도 준비도 없이 말이죠...
금요일이라 정체가 심해서 저녁 9시가 넘어 출발을 했는데도 차가 많은데다 목적지인 철원읍 까지는 거리가 112km로 생각보다 거리가 멀었습니다. 하지만 별을 실컷 볼 생각에 별 얘기를 하며 신나게 철원으로 달렸습니다.
무거운 장비를 들고 이동하는 건 내키지 않아 삼각대와 카메라만 들고 따라나섰습니다.
정말 아무 생각도 준비도 없이 말이죠...
금요일이라 정체가 심해서 저녁 9시가 넘어 출발을 했는데도 차가 많은데다 목적지인 철원읍 까지는 거리가 112km로 생각보다 거리가 멀었습니다. 하지만 별을 실컷 볼 생각에 별 얘기를 하며 신나게 철원으로 달렸습니다.
서울을 지나 의정부를 통과하고 동두천을 지나면서 주위가 점점 어두워지고 작은 마을 몇 개를 지난 후에 칠흑같이 어두운 산길에 접어들었습니다. 창문을 열고 차창 밖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늘이 정말 대박이었습니다! 한눈에 은하수가 보이고 별이 쏟아질 듯 보이네요.
기대에 차 도착한 곳은 철원읍 어딘가에 위치한 산 중턱의 공터였습니다. 후배 혼자 몇 번 와서 촬영을 했다고 하는데요. 간간이 차가 다니기는 하지만 주위에는 불빛 하나 없는 꽤 괜찮은 곳이었습니다. (혼자 있기에는 좀 무섭겠더라고요...)
기대에 차 도착한 곳은 철원읍 어딘가에 위치한 산 중턱의 공터였습니다. 후배 혼자 몇 번 와서 촬영을 했다고 하는데요. 간간이 차가 다니기는 하지만 주위에는 불빛 하나 없는 꽤 괜찮은 곳이었습니다. (혼자 있기에는 좀 무섭겠더라고요...)
남쪽은 서울과 의정부 쪽이라 광해(光害)가 좀 올라왔고 북쪽도 광해가 있었습니다. 후배 말로는 산 너머에 조그마한 마을이 있다는군요. 서울을 벗어나 별을 본 게 언젠지 기억도 안 나는 저로서는 이 정도의 광해는 아무 문제가 안됐습니다.
동서(東西)를 가로지르는 은하수에 눈을 뗄 수가 없었고 쏟아질 듯 보이는 별을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동서(東西)를 가로지르는 은하수에 눈을 뗄 수가 없었고 쏟아질 듯 보이는 별을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오랜만이네요... 이런 별을 볼 수 있는 게...
촬영 경험은 없지만 이런 장관을 놓질 수 없어 부지런히 카메라를 설치하고 백조자리를 겨눴습니다.
『정말 은하수가 보일까?』라는 걱정반 기대반으로 20초 노출로 촬영을 했습니다.
정말 희미하지만 은하수가 보였습니다. 촬영 경험은 없지만 이런 장관을 놓질 수 없어 부지런히 카메라를 설치하고 백조자리를 겨눴습니다.
『정말 은하수가 보일까?』라는 걱정반 기대반으로 20초 노출로 촬영을 했습니다.
성야(星夜) 사진은 처음이라 노출이나 구도 설정도 쉽지 않더군요. 특히 초점 확인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결국 초점이 맞은 사진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ㅠㅠ)
그래도 은하수와 그 위를 날아가는 백조자리의 모습이 촬영된 게 마냥 신기했습니다만...
백조자리라고 말해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해 선을 그어야 했습니다...
은하수가 보인다는 것에 신이 나서 이번엔 북극성 주변을 20초 간격으로 30분 동안 촬영해서 일주 사진을 찍어 보기로 했습니다.
역시 구도를 잡는 건 어렵더군요. 대충 북극성을 카메라의 뷰 파인더에 넣고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20초마다 찰칵 소리가 나며 촬영이 되는 것을 확인하자 음... 할 게 없네요...
행성 촬영은 계속 모니터를 보며 시상이 좋을 때를 노리거나 초점을 미세하게 조절하거나 촬영된 동영상을 합성하는 등 할 일이 굉장히 많았는데요. 일주 사진은 촬영이 되는 동안 할 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촬영 내내 멍하니 하늘을 보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잔상이 남을 정도의 밝은 유성이 지나갈 땐 탄성이 나왔고요. 이렇게 생각보다 30분은 금방 지나갔습니다.
촬영을 마치고 촬영된 결과를 확인하려는 순간... 헉!!! 렌즈에 이슬이.... 그것도 흠뻑 젖을 정도로 내렸습니다.
추울까 봐 옷은 챙겼지만 이슬에 대한 대비는 전혀 하지를 않았네요. 후배 녀석도 지난번에 괜찮아서 이번에도 괜찮을거라 생각했답니다... 망했습니다... ㅠㅠ
저는 서울에서만 그것도 건물 옥상에서만 촬영을 해서 이슬이나 서리를 만난 적이 없었습니다. 이슬이 이렇게 금방 내리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더 이상 촬영을 할 수도 없어서 렌즈를 닦고 떠오르는 오리온 자리를 한 장 촬영하고 근처에 있다는 노동당사를 둘러보고는 돌아왔습니다.
경험이 없으니 준비도 소홀했고 촬영도 엉망인 철원 원정이었습니다.
별을 본지 30년이 넘었는데 처음 경험했으니 많이 부끄럽네요. 날씨만 맑으면 관측지로 떠나는 별지기 분들이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편하게 보는 데만 익숙해져서 자연과 함께 촬영하는 즐거움을 미처 몰랐던 것도 후회스럽고요.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드는 원정 촬영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촬영된 사진을 보니까 다행히 촬영 후 20분 정도는 이슬의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괜찮은 부분만 추려서 합성을 했습니다.
촬영 시간이 짧아 뭔가 돌다 만 느낌이지만(^^;;) 제게는 생애 첫 일주 사진이라 나름 만족스럽습니다.
촬영은 Canon 600D와 18-55mm 번들렌즈를 사용했습니다만, 역시 번들렌즈는 사용하면 안 되는 물건인가 봅니다. 일주 사진에나 써야겠네요.
이렇게 한 장 찍고 돌아온 황당한 원정이었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행복감은 정말 오래 남을 거 같습니다. 이제 날씨가 좋으면 후배를 꼬셔서 운전을 시켜야겠네요.
피드 구독하기:
글 (Atom)